부커상 작가 로이의 어머니 회고
부커상 수상 작가 아룬다티 로이의 회고록에서 서술자이자 주인공인 로이의 어머니 메리 로이는 천재성, 기벽, 급진적인 친절, 투쟁적인 용기, 무자비함, 관대함, 잔혹함, 괴롭힘, 사업 수완, 사납고 예측할 수 없는 성미 등 공존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로이의 어머니는 어린 로이에게 "넌 내 목에 매달린 맷돌이다", "네가 태어난 날 바로 고아원에 버렸어야 했다", "개 같은 년"과 같은 막말을 퍼붓고 수시로 때렸으나, 동시에 로이에게 "아주 우수한 성적을 받았구나"라며 칭찬하고 끌어안는 모습도 보였다. 이러한 경험은 어린 로이에게 평생을 좌우할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어머니는 알코올 의존증에 무능한 남편과 이혼 후 두 자식을 홀로 키웠으며, 지역에 학교를 설립하여 교육자이자 사업가로 활동했다. 어머니는 여학생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 해방시켰으며, 차별적인 상속법에 맞서 딸의 상속권을 지켜내는 역사적 판결을 이끌어냈다. 대학 입학 후 어머니의 굴레에서 벗어난 로이는 어머니의 학비 지원을 마다하고 7년간 연락을 끊었다. 건축학교를 졸업하고 영화배우,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 경력을 거친 후 문학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어머니의 역할은 제한적이었다. 로이는 소설 ‘작은 것들의 신’으로 부커상을 받았으나, 권력과 기득권층에 맞서 싸우는 투사로 변모했다. 소설 속에서 쌍둥이 오누이가 모델이 된 인물에 대한 서술은 흥미로운 사실로 언급된다. 로이의 어머니는 소설 속 인물에 대한 사랑의 경험이 없었음에도 딸의 성공을 기뻐했다. 로이는 명성과 성공에도 안주하지 않고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편들다가 투옥 위협을 겪으며 두 번째 소설을 집필했다. 존 버거라는 선배 작가의 권유로 완성한 소설 ‘지복의 성자’는 로이가 세상을 떠나기 전 읽은 마지막 책이었다. 회고록 마지막 장에서 죽음을 앞둔 어머니는 딸에게 "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사랑한 사람은 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으며, 로이 역시 이에 대해 진심으로 응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