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승 사진전 ‘북극성, Polaris’
장민승 작가의 사진전 ‘북극성, Polaris’ 연작 8점이 서울 청담동 갤러리 508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 속에는 눈보라가 몰아치는 설원과 화산 대지가 어우러진 모습이 담겨 있으며, 눈밭 속에 파묻히거나 널려 있는 거무스름한 덩어리들은 화산토나 화산암의 자취로 표현된다. 작가는 지난해와 올해 제주 한라산 기슭의 설원에서 눈보라와 화산 대지가 어울리는 모습을 집요하게 담아냈으며, 이는 작가 내면의 물음에서 비롯된 산물로 보인다. 작가는 허옇고 육중한 눈밭 속에 사라진 사람이나 짐승의 몸, 자연과 역사가 이룬 시간의 층들을 탐구하며, 화산암과 흙에서도 생명성을 닮은 형상을 발견하고자 했다. 이러한 응축된 시선은 보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생명의 형상을 상상하게 만든다. ‘북극성’이라는 제목은 하늘의 길잡이 별이지만, 작품의 배경은 별조차 보이지 않는 백색의 감옥과 같은 화이트아웃의 설경을 연상시킨다. 이 광포한 설경 속 화산석들은 틈새에 이끼나 풀이 붙어 있거나 음영을 이루는 등 다채로운 존재의 결들을 보여준다. 눈보라와 안개 속에서 포착된 화산암의 표면은 제주와 한라산이 품은 근현대사의 비극과 기후위기의 실상을 암시하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작가는 2019년 전시에서 대자연의 원초적 사물성에 탐닉하는 작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번 전시는 장소와 기억, 시간에 대한 탐구로 작업 흐름이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지난 20여 년간 영상 설치, 사운드아트, 사진, 디자인 등의 다기한 장르 작업을 해왔으며, 이전 작품들 역시 풍화로 닳은 세부나 고립된 풍경 등을 포착하는 맥락을 공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