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절사회와 외로움의 시대
'손절사회'는 사회 구성원들이 외로움을 호소하면서도 자발적인 단절을 선택하는 현상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하는 책이다. 이 현상의 첫 번째 원인은 신자유주의의 지배와 확산이다. 무한 경쟁과 효율의 논리가 인간관계에도 적용되어 관계가 투자 대비 수익으로 평가되며, 비효율적인 관계는 과감히 정리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 되었다. 신자유주의는 인간관계에 쓰이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이고 자기계발에 집중하게 만들었으며, 연애나 우정 같은 관계는 '사치재'로 취급되었다. 두 번째 배경은 치료요법 문화, 즉 '치유문화'의 확산이다. 심리학과 정신의학이 일상에 침투하면서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스트레스는 병리화되었고,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자존감의 증거로 여겨졌다. 이로 인해 인간관계의 목적은 정서적 안정 유지로 수렴하며, 감정적 피로를 주는 관계는 회피하는 '무해함'이 시대정신이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깊고 지속적인 관계보다 가볍게 연결되고 쉽게 정리할 수 있는 관계를 선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 정리에도 불구하고 한국 성인의 57%가 외로움을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있으며, 특히 20~30대 청년층에서 가장 깊은 외로움이 나타났다. 또한, 젊은 세대는 갈등과 위험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해져 '회피형 인간'의 부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자기관리와 건강 지상주의로 이어져 자기계발서, 건강식품 등 웰니스 산업의 확장을 촉발했다. 저자는 고통이 성장을 통해 성숙해 가는 과정이며, 인간관계에서 갈등은 관계가 깊어지는 데 필수적인 요소임을 강조한다.